생각 차곡차곡

차는 커졌는데 주차장은 그대로

차곡러 2025. 4. 20.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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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커졌는데 주차장은 그대로

 

 

자동차를 좋아하는 나도, 주차는 너무 힘들다

늦은 시간 아파트 단지 입구를 지나 주차장에 들어섰을 때부터 난감했습니다. 제 차는 비교적 큰 SUV였는데, 주차 선은 너무 좁았습니다. 겨우겨우 주차를 마쳤지만, 문을 열고 나오는데 옆 차와의 간격이 손바닥보다 좁아, 최대한 몸을 웅크려야 했습니다.

또한, 도심 식당에 가기 위해서는 자주 좁은 주차장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복잡한 경사로를 지나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니, 차량 크기에 비해 공간은 지나치게 협소했습니다. 차에서 내리며 "왜 요즘 주차장은 이렇게 불편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기준은 그대로인데, 차는 커졌다

현재 대한민국의 일반형 주차장 기준은 폭 2.3m입니다. 이 기준은 1990년대부터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요즘 차량은 다릅니다. 1998년 쏘나타 EF의 너비는 1,750mm였지만, 최근 모델은 1,860mm에 이릅니다. SUV와 전기차는 이보다 더 넓기도 하죠.

차는 점점 커지는데, 주차선은 그대로. 이 간극은 점점 커지는 불편함으로 돌아옵니다.

 

🧱 기준을 바꾸기 어려운 이유

주차장법 시행규칙」은 주차구획의 너비를 2.3m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은 현재까지도 신축 건물 외 대부분의 상황에서 의무사항으로 작용합니다. 물론, 2016년부터 일부 지자체에서는 폭 2.5m 이상의 ‘확장형 주차구획’을 권장하고 있지만, 이는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입니다. 신축 건물 일부에만 적용되며, 기존 건물의 구조는 쉽게 바꿀 수 없습니다. 주차 면적을 늘리면 수용 가능한 차량 수가 줄어들고, 이는 건축주나 관리 주체에게 손해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현재의 주차 환경은 차량 크기와 사용자 편의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 제도도, 인식도 바꾸기 쉽지 않다

해결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일본처럼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해, 차를 사려면 주차 공간부터 확보하도록 제도화할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 강남구와 일부 신도시에서 시범 운영 중이기도 하죠. 또한, 기계식 주차장이나 공유 주차 플랫폼 같은 대체 수단을 더 확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화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관성처럼 굳어진 기준과 기존 인프라, 그리고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시민의 수용성 문제까지 고려하면, 하루아침에 바뀌긴 어렵습니다.

 

🚙 나도 자동차가 좋다. 하지만...

저는 운전하는 걸 좋아합니다. 내 차가 있다는 것,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갈 수 있다는 건 단순한 이동 그 이상의 가치입니다. 그래서 교통 인프라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저는 여전히 차를 소유하고 싶습니다.
아마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 많을 겁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그대로 두자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건 ‘모두가 차를 포기해야 한다’가 아니라, ‘차 없이도 괜찮을 수 있는 선택지’를 마련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선택이 가능한 도시를 만들자

최근 2030 세대에서는 자동차를 필수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특히 서울이나 수도권처럼 대중교통망이 촘촘한 지역에선 자가용 없이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흐름은 단지 ‘세대 차이’가 아니라, 인프라가 만들어낸 선택의 결과입니다.

즉, 차량 없이도 이동이 편리한 도시를 만들면, 자동차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되면, 꼭 필요한 사람에게 더 나은 주차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여유도 생깁니다.

 

차에 관한 통계와 설문조사를 보면 흥미로운 경향이 있어요.

  • 2030 세대 중 일부는 “차는 필요 없지만, 여유가 생기면 갖고 싶다”는 응답을 해요.
  • 지방 거주자는 교통 인프라가 부족하므로 차량은 사실상 필수입니다.
  • 대중교통이 잘 돼 있어도 여전히 자가용 선호도가 50% 이상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대신, “소유는 부담스러우니 렌트카나 공유차량으로 대체”하는 비율도 증가하는 추세예요.

 

이처럼, "차를 꼭 사야 해!"는 줄고 있지만, "차를 갖고 싶다"는 여전히 강합니다. 

따라서 모두가 차를 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택 가능한 구조’를 만들자는 거예요. 누군가는 대중교통을, 누군가는 자가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만, 지금은 차가 아니면 너무 불편한 구조라는 게 문제인 거죠.

 

💡 주차 문제는 ‘차를 포기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차량 대형화와 주차공간 협소 문제는 이제 많은 도시가 맞닥뜨린 공통 과제입니다. 확장형 주차구획의 의무화, 기계식 주차장 도입, 공유 주차 서비스 활성화, 차고지증명제 시범 도입 등 다양한 해법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그 사이 우리는 도시 설계와 교통의 패러다임을 조금씩 바꿔야 합니다.

  • 누구는 자가용을,
  • 누구는 지하철을,
  • 누구는 공유 차량을.

 

‘나에게 맞는 이동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도시, 그게 우리가 진짜 지향해야 할 방향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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